[김기훈/김형도교수] 연구실마다 환한 불빛 - 중앙일보 기사
서울대 캠퍼스는 잠들지 않고 있었다. 굵은 빗줄기가 내리던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 새벽 사이,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를 찾았다. 자연과학대 교수 연구실이 모여 있는 27동(자연과학관 9동) 3~4층은 대부분 불을 밝히고 있었다. 공대 연구실이 있는 301, 302동 역시 마찬가지였다.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연구와 토론에 몰두하고 있었다. 이날 기자는 연구실을 지키던 네 명의 교수를 만나 밤을 지새우는 이유를 물었다. 대답은 한결같았다. “연구가 정말 즐겁다”는 것이다.
◆김기훈(42) 물리천문학부 교수=차세대 메모리에 사용되는 신소재를 연구하는 김 교수는 “빨리 퇴근해 예쁜 두 딸을 보고 싶은 유혹을 이기고 매일 저녁 연구실로 향한다”고 했다. 학기 중에는 대부분 낮에 회의가 있고 방학 때도 일주일에 사흘은 계절학기 강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. “피곤하지 않느냐”고 묻자 김 교수는 “매일 지적인 도전으로 밤을 새우다 보면 피곤한 줄도 모른다”고 답했다. 그는 “한국은 물리학에 대한 지원이 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과학자들의 열정이 그 차이를 극복해 내고 있다”고 강조했다.
◆김형도(38) 물리천문학부 교수=“내가 인류 최초로 새로운 지식을 깨닫는다는 기쁨 때문이죠.” 나노(Nano·10억 분의 1 단위) 등 미시세계의 물리법칙을 연구하는 김 교수가 새벽까지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다. 달에 처음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(Neil Armstrong)처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희열이 있다는 것이다. 이번 주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. “방학이 시작되면서 온전히 모든 시간을 연구에 투자할 수 있어요. 논문을 많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질 좋은 논문을 쓰고 싶습니다.”
이한길·정원엽·채윤경 기자
기사원문 : http://pdf.joinsmsn.com/article/pdf_article_prv.asp?id=DY01201107010095